조각보는 단순히 물건을 싸거나 이동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이기도 하고, 예술 작품이기도 하며, 세계 속의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기법상 서양의 퀼트와 유사한 느낌이지만 조각보는 기본적인 바느질 기법이 홈질이 아닌 감침질입니다. 감침질은 천 조각을 다른 조각과 이을 때 사용하는 기법으로 땀이 촘촘하여 견고하고 세밀한 느낌을 주며, 일정하고 정갈하며 끈기가 필요한 바느질입니다. 또한 주재료가 되는 직물이 우리의 전통직물이라는 점,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온 여인들의 공예라는 점, 정형화되지 않은 색채감과 구성미로 독특한 예술성을 지닌다는 점 등은 조각보만의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각보를 포함하여 규방공예의 작품들이 한국인의 정서 속에 녹아 있는 복을 기원하는 매체였다는 점도 매우 특징적입니다. 작은 천 조각을 이어 붙이는 과정 속에서 정성을 다하여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며 만든 조각보는 기도의 마음이었으며, 그 보자기 안에 복을 담아둔다는 의미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조각보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일상 속에서 삶과 예술을 함께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조각보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와 소통하고 융화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최근에는 조각보가 인테리어나 예술작품 등으로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옛 여인들의 멋을 되살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다방면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느릿한 손바느질로 현대의 초고속 디지털 문화에 느림의 미학을 주기도 하고, 세계무대에서 우리 한국의 정통성 있는 내실 예술품으로 선을 보이기도 하며 또 다른 한국의 얼굴이 되고 있습니다. - 머리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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