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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해변빌라

해변빌라
  • 저자전경린
  • 출판사자음과모음
  • 출판년2014-11-07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5-10-27)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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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보여요?”

    침묵 속에서 떠오르는 진짜 얼굴들.

    나는 어떤 얼굴로 옷을 전부 벗었을까.

    “유지, 네가 보여.”



    한 남자와 세 여인의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비가역적 사랑의 전주곡!

    절제된 감각으로 해변에 포개진,

    풍경화 같은 삶, 삶들.




    섬세하고 감각적인 필치로 우리 시대 여성의 삶을 기록해 온 작가 전경린의 열번째 장편소설. 『최소한의 사랑』이 내재한 상실의 체험과, 뜨거운 문제의식이 돌출된 『열정의 습관』을 넘어,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그/녀’들에게 부과된 ‘괄호 쳐진’ 삶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유지’는 어린 시절 큰 고모부를 아버지로 알고 살았지만, 그의 죽음과 더불어 작은 고모인 ‘손이린’이 생모임을 알게 된다. 크레바스를 건너듯 단숨에 그녀의 삶이 변하고, 이린과 함께 새로운 생활을 꾸려나가게 되었다는 사실 앞에서, 유지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에게, 생물 교사인 ‘이사경’의 존재는 각별하다. ‘침묵의 음성’을 가진 그에게 유지는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고, 자신의 감정과 존재성을 인정받기 위해 그의 앞에서 옷을 벗는다. 어린 제자의 돌발적 행동 앞에서 이사경은 당황하고, 곧 이 사건은 그의 아내인 ‘백주희’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이사경의 어머니인 ‘노부인’은 유지를 손자인 ‘연조’의 피아노 교사로 집에 들이고, 되려 유지를 다그치는 이는 백주희가 아닌 손이린이다. 이 묘한 관계성 속에서, 유지는 이린과 사경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삶이란 부재의 사과를 깎는 일”이라는 이린의 말처럼, 우리에게 사랑이나 이별이라는 존재 양식이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은 그것이 지나가버렸을 때, 즉 부재했을 때다. 모든 갈등과 슬픔, 고독과 공허를 바다로 흘려보낼 때, 비로소 강의 줄기들이 드러나는 것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는 것은, 이 같은 체득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공간들이 항상 새롭게/불현듯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삶의 진실’이란 항상 그러한 잠재적 공간에서 출몰하기 마련이다.





    뒤얽힌 관계의 전주곡이 흐를 때,

    부재의 사과는 깎인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때리고 있는 건반일까, 아니면 자신의 청각을 때리고 있는 소리의 파장일까. 모든 음악이 관계 속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면,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요컨대 “왜 무(無)가 아니라 어떤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라이프니츠의 물음에서부터, “인간은 항상 하나의 무(無) 때문에 자기의 본질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라는 사르트르의 단언으로 다가설 때, 우리는 다분히 철학적 테제로서만이 아니라 현실적 고민으로서 이 문제를 돌파해야 할 필요성을 직감하는 것이다.



    어쩌면 피아노를 치는 것은 연애와 다름없는 일인 것 같다. 내가 당신을 두드리면, 당신이 나를 두드리듯이. 유지가 이사경을 두드리면, 이사경 또한 유지를 두드린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의 공명은 하나의 전주곡이 되어 타인들을 ‘두드린다’. 유지의 생모인 손이린과 이사경의 부인 백주희, 그리고 유지의 곁을 맴도는 연인 오휘와 이사경의 아들 연조까지. 이들 모두는 사랑과 이별, 소유욕과 질투, 다가섬과 물러섬이라는 연애의 ‘공식’을 체화하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의 관계를 ‘복잡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너무 단순하게 결론으로 다가서는 일인 듯하다. 복잡함이 이들 관계의 형태이자 겉모습이라면,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철저하게 무화(無化)된 관계 자체이며, 이 무화된 관계 속의 ‘가변성’이기 때문이다. 파도가 해변의 무늬를 지우듯이, 작품 속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어느 하나로 고착화시키지 않는다.



    “세포는 수생식물처럼 물 위에 떠 있단다. 생명은 유동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멈추어 있을 수 없어. 우리는 죽음에 너무나 익숙하고 동시에 재생을 꿈꾸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렇게도 불안정한 것이다.”(25쪽)



    인물들의 가변적 정체성이란 결국 이 같은 불안정한 상태를 대변한다. 이 불안정함 속에서, 유지를 포함한 인물들은 “물 위에 떠서” 살아가는 듯 보인다. 아무 곳에도 뿌리내리지 않고 살아가는 수생식물처럼. 더불어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삶이 ‘폐해수욕장’이라는 공간에서 지속된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바다는 언제나 열린 공간인 듯 보이지만, 바다 위를 떠다니던 쓰레기와 이물질이 매일 밀려오는, 인적 드문 폐해수욕장은 과연 열린 공간일까.



    “이곳에도 저곳에도 너는 없어.”

    “여기 있잖니.”

    “그래, 여기에 있지. 바로 이 순간 여기에만, 이렇게 나타나.”

    나는 점처럼 선처럼 존재해서 부피도 무게도 갖지 않아요. 나는 세상 사람들이 쌓아온 삶의 구조 밖에서 사는 것 같았어요. 아빠라는 근원에 구멍이 뻥, 나 있으니 그 구멍으로 세상 바깥으로 가만히 나가버린 거죠.(60쪽)



    유지의 독백은, 이처럼 뒤얽혀버린 관계의 전주곡이 결국 어떤 존재(아버지)의 공백으로 인해 변주된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도돌이표와 같은 반복의 명령 앞에서, 그리고 무화된 관계 내부에서, 그녀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깎여나간 사과 껍질 같은 자신의 모습이다.





    그리고 방황하는 생활의 형상 위로,

    여우비는 내린다




    이러한 존재적 토대의 부재 위에서, 유지를 포함한 이들 모두의 관계와 형상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작품 속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사랑’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 감춰진 복수의 ‘이야기들’을 소환하는데, 이는 마치 ‘유지-사경’, ‘유지-휘’, ‘유지-연조’라는 각각의 관계를 연쇄적으로 뭉뚱그려내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관계가 무너져 내릴수록 새로운 관계가 나타나고, 다시 무너진다. 파도가 해변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듯이.



    “그러면서 왜 사랑을 하느냐고요? 말도 안 되는 사랑을 왜 하고 또 하느냐고요? 허영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외에 무엇이 있지요? 먹는 것, 입는 것, 꿈도 없는 수면, 걷기, 살랑이는 바람, 햇살, 온갖 향기, 미소, 하지만 타인의 살갗을 파고드는 사랑보다 더 강렬한 행복감은 없어요.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난 중독자이지요. 하지만 그 동작이야말로 삶에서 최고가 아닌가요? 그 외엔 아무리 미화해도 일과 온갖 관계와 생활이란, 그저 인생의 노동일뿐이니까요.”(187쪽)



    그렇다. 미학적 관점에서 해변이 주는 낭만과 검푸른 고요와는 무관하게도, 어쨌든 우리의 생활은 삐걱대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모든 강물이 바다로 향하지 않듯, ‘사랑이라는 생활’이 가진 무게와 그 무게를 지탱하는 강렬함 속에서 여전히 우리는 방황한다. 그 방황을 허영이라 부를 수도 있겠지만, 폐해수욕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편 사장)의 말처럼 우리는 그 방황의 ‘바깥’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바깥엔 무엇이 있나? 어쩌면 당신과 내가 살아가는/사랑하는 공간 바깥에 존재하는 것들에 관해, 우리는 서로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닌가.



    요컨대 우리가 ‘삶의 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해변 빌라’로 상징되는 작품 속 공간처럼 다가서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다다를 수 없고, 오직 지나친 후에만 발견되는 장소에 속한 듯하다. 하지만 반복되는 생활과 지리멸렬한 사랑의 여정 속에서 우리가 끝내 찾아내야 하는 진실이란, 이 장소에 관한 불가능한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부재’와 ‘사랑-생활의 반복’이라는 무조음(無潮音) 위로 불현듯, 여우비가 되어 떨어지는 소리의 조각들에 관한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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